저를 포함해서 팀원이 4명인 프로젝트를 관리했을 때 일입니다. 팀원 한명은 실력이 뛰어났고, 팀원 2명의 실력은 좋은 편이거나 아직 배울 게 많은 편이었습니다. 개발할 기능의 난이도에 차이가 있었지만, 제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끝내려면 팀원들의 실력이 빠른 기간 안에 상향평준화되어야 했죠.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짝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.
그런데 문제는, 팀원들이 짝 프로그래밍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. 스탠드 업 미팅도, 경험해 보지 않은 분들에게 상당히 낯설고 부담스러운 애자일 프랙티스죠. 그런데,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실천방법으로 꼽히는 짝 프로그래밍을 애자일 프랙티스를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팀원들에게 소개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. 팀원들도 프로젝트에서 실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고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, 용기를 내어서 짝 프로그래밍을 해보자고 했습니다.
팀원들은 드러 내놓고 거부하지 않았지만, 다들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걸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. 특히 실력이 괜찮은 팀원은 혼자 생각하고 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고, 넌지시 짝 프로그래밍을 거부했습니다. 물론 팀원들이 기다렸다는듯이 짝 프로그래밍을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, 암묵적인 거부에 조금 당황스러웠죠.
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, 기존의 방법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, 솔루션을 찾아야 했죠. 그래서 실력이 가장 좋은 팀원과 제가 짝이 되고, 다른 개발자들을 짝으로 묶어 짝 프로그래밍을 1주일 동안만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. 1주일 동안, 경험하고 나서도 혼자 개발하는 기존 방법이 괜찮다면, 그렇게 하자고 말했습니다. 마음씨 좋은 팀원들은, 독단적인 PM의 제안을 수락해 주었습니다.
긴 진화의 역사 속에서, 인간은 변화를 거부하는 습성을 지니게 되었죠. 하지만 이에 반해, 변화 무쌍한 험난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, 변화에 훌륭하게 적응하는 방법도 배웠죠. 그래서 제 전략은 이랬습니다. 일단 1주일 안에 개발자들은 짝 프로그래밍을 경험하고, 변화된 개발환경에 대개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그리고 제가 오피니언 리더 격인 개발 실력이 좋은 팀원에게 짝 프로그래밍의 성공 경험을 선사함으로써, 1주일 후 그 팀원을 짝 프로그래밍의 전도사로 만들고 싶은 순진한 생각도 한몫했습니다.
짝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고 나서, 저와 짝이 된 팀원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짝 프로그래밍에 익숙해졌죠. 그리고 곧 저와 팀원 사이에는, 배움의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. 팀원은 제 단축키 신공에 감탄했고, 전 팀원의 디버깅 실력에 탄복했습니다. 금세 1주일이 지나고, 짝 프로그래밍을 계속해야 할 것이냐를 결정할 날이 돌아왔습니다. 제 순진한 생각처럼, 제 짝인 팀원이 짝 프로그래밍 전도사로 변신하지 않았지만, 팀원들은 모두 짝 프로그래밍의 효과를 느낀 탓인지 짝 프로그래밍을 계속하는데 찬성했습니다. 그리고 짝을 바꿔서 개발을 했고, 야근을 조금 많이 했지만 프로젝트는 잘 끝났죠.
어느날, 제 처음 짝이었던 팀원에게 짝 프로그래밍이 어땠는지 물었습니다. 당연히 긍정의 답을 기대하면서 한 질문이었죠. 그런데,
음… 확실히 짝 프로그래밍이 효과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데요. 그래도 전 혼자 생각하면서 프로그래밍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아요. 누군가 옆에 앉아서 같이 일한다는 게 부담스럽더라고요.
팀원의 예상밖 답변에 당황했습니다만, 팀원의 솔직한 대답 덕분에 많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. 독단적인 PM이 되고 싶지 않아서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아도, 다수의 의견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인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에, 한계를 절감했습니다.
그리고 어떤 방법이 뛰어나더라도, 심리적으로 그 방법에 호의적이지 않다면,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사람들은 그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. 그래서 똑똑한 사람이라도 감정에 스크래치가 생길 때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점,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느꼈죠.
물론 짝 프로그래밍을 전파하려는 제 시도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기에 아쉽지만, 훗날 그 팀원의 성향이 조금 변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, 저와 함께 했던 짝 프로그래밍의 추억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, 기쁘겠습니다.